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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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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300보고 왔소이다.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역시 영화관이 텅텅 비었더군요. 아니, 거짓말이 아니라 저 혼자 4000원으로 영화관 하나 전세 냈었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소리가 장난 아니게 울렸는데, 스펙타클한것이 영화관 온 보람이 있더군요. 아침에 바로 재료 들여놓은 신선한 팝콘과 환타를 들고 입장 ㄱㄱ씽. 아, 그 전에 30분 일찍 왔던 탓에 데스크 아가씨랑 알콩달콩 30분간 떠들었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귀찮았을수도 있는데, 아가씨 생글생글 웃어주시는게 기분 꽤 좋더군요. 아침부터 기분 좋은 대화 감사했어요. 데스크 아가씨^^

300은 뭐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파르...뭐더라? 여튼 뭔 역사를 바탕으로 한 원작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스펙타클 블록버스터입니다. 물론, 역사는 그저 소재만을 차용한것뿐, 알맹이는 뭐 우리들에게 친숙한 판타지지만요. 간만에 중세 이전의 분위기를 가진 판타지를 접할수 있어서 판타지 매니아로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역사요? 어허, 로도스 도전기에서 프러시아 찾는것도 아니고...
이번 기회로 역사를 집고 넘어가는것도 뭐 좋습니다만, 전 뭐 그럴 마음이 없군요. 제가 잘 아는 부분도 아닐뿐더러, 다른 분들이 다 다룬것 같아서 말입니다. 전 언제나 그랬듯이 보면서 그때그때 받은 감상을 쭈욱 써내려가면 되겠지요.

그럼 시작합니다^^

프랭크 밀러의 감각.
신시티 때부터 느낀거지만, 저와 프랭크 밀러의 감성은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코믹계의 거두와 절 동렬에 놓는건 아니고, 그냥 제 취향의 작품들만 쭈욱 만들어 준달까요. 이유있는 어둠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다에서 한 단계 발전한, 어둠의 체취를 표현하고저 하는 작가랄까요. 어릴적에 배트맨 같은 다크 히어로에 경도되었던 저로선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그가 창작한 세계에 동경할수밖에 없더군요.
이 300도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과거, 제가 생각했던 판타지의 화면이 그대로 재현되더군요. 비록, 300은 영화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저에게 있어 300은 정말 낮설지 않은 영화였고, 그랬기에 이 어두침침한 스펙타클로 가득찬 작품이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느낄수 있어 기분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뭐 하나 제 취향이 아닌 부분이 없었기에, 뭐 어떤 부분이 좋았다고 이야기 할 수가 없군요.

특히,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이끌어내는 무한한 상상력은 감탄의 대상이었습니다. 아마, 이 영화에서 실제 역사에 가까운것은 전투 장소와 의복등과 같은 세부적 디테일 고증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부분은 모두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창조된, 작가의 희망이 투영된 공정한 사회일테지요. 어두우면서도 공정한 질서로 가득찬 그의 세계...심지어 비리와 부폐마저도 공평한 룰의 일부라고 느껴지게 만드는 그의 세계관은 저로서는 한없이 긍정할수밖에 없는 그런 정서였습니다.
절 이렇게까지 즐겁게 만들 영화가 올해 또 나올지...

멋진 영상미.
여튼, 조금 영화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볼까요. 이 영화를 보면서 보는 내내 제 눈을 잡아당겼던것은 그 영상미 부분입니다. 갈색톤의 바탕에 칠해진 일종의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원작을 모르는 저지만, 어째 원작을 미리 보고 온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300의 영상적 재현성이 지닌 소통능력은 발군이었습니다. 본적없는 원작과도 소통하게 만드는 능력...지금 생각해보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멋진 300만의 매력이군요.

300의 재현성은 단지 원작에서만 나타나는것이 아닙니다.



현재 비교자료를 구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이것만 올립니다만, 이 장면의 연출. 저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바로 역사책에서나 보던 그리스 창병들의 전투장면의 완벽한 재현 아닌가요? 어릴때는 적이나 그리스 병사나 굉장히 불편한 자세로 싸웠구나...과거 사람들의 묘사력이란...ㅉㅉㅉ하고 생각했던 제 생각을 단박에 날려버린 소중한 영상입니다. 분명, 이 부분에 대한 작가적 고집 때문에 저부분에서 그리도 프레임을 많이 집어넣었던 것이겠지요. 생각해보면, 반대로 화병에 묘사된 그림을 바탕으로 전투묘사를 하도록 아이디어를 짜냈던 것 뿐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어느 부분이든 전 감탄할수밖에 없군요.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것이 고증적으로 올바른지 그른지도 아닌 자신이 포착해낸 사실을 자신의 주관대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성공 여부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위화감 여부.
그런 부분에서, 저는 여기에서 절묘라고 이름붙일수 있는 강한 카타르시스를 받았습니다. 단지 이 장면 하나뿐만이 아닙니다. 작품 곳곳에 베어있는 이런 연출적 고집들과 프랭크 밀러만의 감각적인 재구성....

이거입니다. 제가 원한것은 바로 이런 판타지였습니다.

분명, 이 작품은 텍스트 적으로는 그 고증, 즉 재현이 부정확하고 비약이 심할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작가적으로 가장 최우선시 해야 하는 재현을 알고 있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분명히, 이 작품에는 많은 영상미와 연출미가 존재하지만...저로서 눈에 가는 영상은 바로 이런 작품적 재현도 부분이군요.

음...근데 재현 이야기만 하기에도 너무 많은 영상적 장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죠? 뭐 다른 부분은 전문가들이 엄연히 잘 이야기 해 주실테니...그런 분들이 이야기 안하는 부분에 대해서 또 한가지 생각해 내야 겠군요...끄응....

아, 전투장면. 전투장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300의 전투장면.
300의 전투장면은 정말 인상깊고, 동작 하나하나에 많은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떤 역사 기록 다큐보다 많은 것을 배울수도 있었죠. 저로선...그렇습니다. 1차대전부터 현대까지의 밀리터리 영상은 많이 봐왔습니다만, 촬영기법 이전 시대의 전투 장면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것에 판타지 적인 각색을 더하려는 시도...그것은 과연 어떻게 이루워져야 하는가에 대한 판타지 팬으로서의 의문도 같이 작용했었지요.

이에, 300은 두가지 모두의 답을 저에게 제시하더군요. 모든 상황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300의 방패기술은 현란하다 못해 감동이었습니다. 단순히 방패로 막고, 창으로 찌르는것이 아니더군요. 방패와 창을 시전자의 지혜를 이용해 풀 활용하는 것. 여기에 전 전율했습니다. 물론, 여기에 나온 모든 전투 방식이 완벽한 고증을 따르고 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텍스트적인 고증은 의미가 없는 작품이니깐 말이지요. 하지만, 판타지적인, 인간의 상상력, 프랭크 밀러의 상상력을 풀 가동하는 고증이라면 의미는 달라 집니다. 창과 방패를 들고 있는 전사가 어디까지의 저력을 발휘할수 있는가. 그들과 창과 방패가 함께 함으로서 인간이 어디까지 완벽해질수 있는가...
저는 봤습니다. 완벽의 극치를요.

잔인? 선정? 그게 어때서?
그나저나...300은 참 대범한 물건이기도 하군요. 폭력, 선정, 퇴폐...논란이 될수 있는 요소는 그야말로 모두 다 다뤄졌습니다. 신시티 같이요. 다만, 그게 어때서?

이 작품에서 묘사된 선정과 잔혹묘사는 정말 그게 어떠냐고 관람자에게 물어오는것 같습니다. '베이면 뼈와 살점과 피가 튀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전쟁에 출타하기 전의 왕과 왕비가 관계를 갖는건 당연한게 아닌가?'할 정도로 무덤덤히 그 부분에 대해 묘사하더군요.

저로선 문화적 충격일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그간 즐겨왔던 일본류의 감성작품들은 그와는 정반대의 감성적 이데올로기를 지니고 있으니깐요. 단지 정신적인 상처가 세계관을 뒤 흔드는 충격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팬티가 잠시 팔랑거리는 장면, 가슴 출렁이는 장면에 3분 37초를 투자할 정도로 잔인과 선정에 도가 지나칠 정도의 의미부여를 하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더 이상 그런 류의 물건들은 식상하게밖에 느껴지지 않더군요. 오히려, 300의 무덤덤한 잔인함이 더 인간미 있고, 삶에 가깝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그랬기에, 첫번째 전투 후에 생존자를 창으로 콕콕 확인사살 하는 장면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극장이 텅텅 빈 관계로 마음껏 웃어재낄수 있었지요. 300내에서 가장 코믹한 장면이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
칭찬일색만으로 가면 저 답지 않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왕비의 시츄에이션. 자신의 몸으로 스파르타의 군대를 움직이겠다는 살신성인 말입니다.
전 정말 그 장면 싫더군요. 왕비는, 이 작품을 통틀어 최고의 여장부였습니다. 헌데, 결국 몸으로 해결한다니요. 그건 저로선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왕비는 반드시 다른 방법으로 스파르타의 군대를 움직였어야 했습니다. 어째서냐면, 그녀는 스파르타의 두뇌이자 가슴이니깐요. 그런 그녀가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루는...단지 시도였으나 그런 시츄에이션을 저로선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후반에 깔끔하게 그런 시도가 멍청했음을 증명해 주지만요.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최후의 무기로 생각하지만, 저런 강제적인 남녀 관계에 있어 몸을 허락하는것은 남성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포기하면, 절대 그 자에게 주도적인 위치를 탈환할수 없단 말이지요. 그걸 좀 알아줬으면 하네요. 좀.

저는 그런 이유에서 의원이 칼침을 맞은것보다 배신을 때리는 부분에 박수를 보냅니다. 프랭크 밀러도 저와 같은 생요. 엄청난 가치를 가지는 것일지라도, 그 가치가 휴짓조각이 되어버리는 더러운 순간은 매때 매시 세상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단지 몸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요. 유구해야 할 가치라도, 조건이 안맞으면 의미따윈 전락해 버립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가치만을 바라보지 말고, 현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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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유후. 한번 더 보러가고 싶네요. 아니, 소장 좀 해야 겠네요. 메이킹 필름좀 보자 ㅋㅋ

ps. 아 쓴다는걸 깜빡했는데,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는 표지의 저 페르시아 왕입니다. 근데, 생김새가 전혀 페르시아왕 안같아!!

이 뭐 이모텝도 아니고요...전 왜 이집트 왕이 찾아왔나 했습니다.
by 치이링 | 2007/04/16 14:05 | 취향입니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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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메르키제데크 at 2007/04/16 14:29
300의 (폐르시아)캐릭터들은 맥팔레인에서 만든 사무라이 스폰 시리즈같이 나오면 재미있겠구나 싶었습니다.
Commented by 대동단결 at 2007/04/16 21:08
확실히 영상미 하나는... ㅎㅎ
그런데 예~전에 글레디에이터를 봤을 때 만큼의 충격은 못느꼈었죠.
Commented by Reibark at 2007/04/16 21:28
복장이나 무기 고증도 안드로메다행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파르타의 유명한 30킬로짜리 갑주도 여기선 온데간데 없지요.
Commented by 치이링 at 2007/04/16 23:08
메르키제데크//그것도 괜찮을지도요.

대동단결//흠, 글레디에이터가 떠오를수도 있겠군요. 전 순전히 판타지로 봐선지 신시티 정도랑 비교하면 봤습니다만 ㅋ

reibark//예. 그건 타 사이트의 리뷰등에서 접했습니다. 근데, 이건 어떤분이 말씀하시기로 근육모에고, 역사상의 스파르타가 원전이라기보단 회화로 묘사되던 스파르타인이 원전이라고 할수 있으니깐 말입니다. 거기선 둔부 보호대도 안 차고 있어요 *-_-*
Commented by 나루나루 at 2007/05/03 07:32
실제 역사상에선 그리스 동맹군 5천대 페르시아군 20만이라고들 하네요..

주력인 스파르타 중장보병이 300명..

뭐 고증은 역사가 아닌, 원작 만화쪽을 많이 살린듯 합니다. [정확히는 역사 판타지이지요 ㅎㅂㅎ]
Commented by 나루나루 at 2007/05/03 07:37
http://en.wikipedia.org/wiki/The_300_Spartans

찾아보니 이런 영화도 있군요...

Frank Miller saw this movie as a boy and said it "changed the course of my creative life."[1] His graphic novel 300 is about the Battle of Thermopylae.

라는거 보니 영향을 받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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