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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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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에로게란 세계의 스타일.
이 업계는 실제 그 어떤 발상을 했을때 그 발상이 성공했느냐보다, 그 발상으로 만들어진 노력을 더 평가하는 스타일이 있어. 작가가 노력한 부분 같은걸 발견하고, 그 부분에 대해 논하고 하는 그런 스타일이 주류였지. 그런 면에서 봤을때, 월희는 여러가지 발상도 좋았고, 노력도 눈에 보였기 때문에 대단히 호평이었고, 지금의 fate도 그때의 타입문과 변한건 없고, 그래서, 원래라면 만인의 호평속에 사랑만 받았어도 될만한 작품이었지.

근데, 문제는 이거야. 발상은 발상이고, 노력은 노력인데, 에로게가 다른 분야와 달랐던건 그 노력이 성공적이느냐 아니느냐를 따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야. 다른 분야. 영화, 소설, 만화 따위의 류는 단지 좋은 아이디어와 그것을 시도한것만으로 좋은 평가를 내린다는건 상상할수 없지. 그게 냉정한 독자들에게 확실히 '먹혀'들어야 성공하는거다. 근데, 야겜계는 지금까지 너무나도 협소하고 또 유저들이 관용적이었던탓에 그냥 그 노력의 시도만으로도 명작이라는 칭찬을 들을수 있었지. 냉정해야만 하는 팬들이, 작가라는 존재들에게 너무나도 관대했던 거야. 그런 양분 가득한 토양탓에 또 많은 작가들이 많은 시도를 할수 있었던거겠지만,

그런면에서 봤을때, 나스 키노코의 작품들은 나스 키노코의 발상대로, '라노베, 미스테리, 애니메이션, 만화등이 가지는 특징들과 여러 흥미점을 조합해서, 그것을 비쥬얼 노벨이라는 게임 시스템 속에 녹여내어 특유의 유려한 필체와 환상적인 연출기법으로 빛어 완성시킨 높은 퀄리티와 사상 최고의 볼륨을 가진 완성작'이라는 발상에 얼마나 가깝냐 평가를 해봤을때.....

발상은 충분히 그레이트. 저거야 말로 모두가 바라던 그런 작품이지. 하지만, 그 발상이 말 그대로 성공적이었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 난 회의적이다. 나스 키노코의 팬들이야 위에 손쉽게 단지 나스 키노코의 노력만으로도 감격하며 작품 호평에 열을 올리지만, 냉정하게 찬찬히 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나스 키노코의 fate는 완성도 높은 게임이 아냐.
이것저것 생각나는 요소란 요소는 전부 집어넣었다가 감당이 안되어 또다시 이것저것 빼다보니 엉성해지고, 그 엉성함을 감추기 위해 또 이것저것 접착제를 발라 겨우 이어붙인, 얼기설기한 연결고리로 연결된 미숙작 정도란 말이지. 물론, 그 속에 존재하는 세부적인 요소들의 발상적 뛰어남은 인정해. 다만, 그건 나스 키노코의 뛰어난 발상에서 나온 아이디어일뿐, 제대로 활용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어.

디자인 계의 격언중에 이런게 있어.
"최고의 디자인이란 무언가를 추가해 만드는것이 아닌, 더 소거할것이 없을 때까지 소거할때 완성되는 것이다"

게임의 구성이란것도 어떤 면에서 보자면 게임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볼수 있지. 하지만, 나스 키노코의 글을 읽을땐 자꾸 자신이 생각한 멋진 설정을 보여주려고만 하지, 불필요한 설정이나 구성요소를 제하려는 시도는 느껴지지 않아. 초고에서 전혀 바뀐것이 없이 그대로 밀어 붙이다가, 이야기가 안 되니깐 이것저것 억지로 뺐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해. 아직도, 타입문은 아마추어리즘에 젖어있달까,
사실, 에로게 자체가 거대한 아마추어리즘이나 다름 없긴 하지. 그렇기에, 타입문이 그렇게까지 통용되는 거고.

결국, 내말은 이거야. 나스키노코는 발상만 좋지, 그 발상을 활용할줄 모르는 반푼어치란 말이지. 과거의 에로게 계였다면 그냥 그정도만으로도 본좌로 먹고 들어갔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활용성 부분에서 무궁무진한 능력을 보이는 업체들이 많이 생겼어. 카노기 같은거 보면 진짜 놀랍지. 몇가지 되지도 않는 발상요소만으로 충분히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가들이 많이 생겼단 말이지. 이 상황에서 나스가 발상적 탁월함으로 과연 어디까지 경쟁이 될지...솔직히 내 생각에는 비전이 없다는 생각부터 먼저 드네.


그러니깐, 그거 알아야 돼. 너희 이상속의 그럴듯한 페이트와, 진짜 페이트는 조금 다를수도 있다는거.
오타쿠는 이상을 꿈꾸는 족속이기 때문에 쉽게 이상에 빠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런 손쉬운 이상에 언제나 주의해야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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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에서 썼던 글의 갈무리. 반말이라도 양해해 주시길.
by 치이링 | 2007/05/19 02:31 | 치이링 머릿속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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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eo-DS빠 at 2007/05/19 02:35
야겜계가 아마추어리즘이 강한것 같긴 함.그 아마추어리즘에서 좋은 물건도 나오는듯 하지만
Commented by 카카루 at 2007/05/19 03:12
구멍. 그놈의 구멍. 버섯의 방대한 설정 속에 있는 구멍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나스 키노코라는 라이터에 정떨어지기 마련이고,
"어째서 이렇게 된거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면 말이죠.

다만, 소위 달빠애들은 그걸 안 보려고 하는 건지, 못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론은 성공했으니 장땡.
Commented by Ichor at 2007/05/19 04:24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오히려 Fate는 말씀하신 그 의도만으로도 반은 성공했다고 봅니다. 다양하고 쓸만한 콘텐츠를 담기 위해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봐야겠죠. 전 Fate를 싫어하고 그 게임이 미숙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Fate 자체가 훌륭한 콘텐츠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소한 동인지는 상당히 재미있게 봤거든요.
나스 키노코의 글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아지는 모양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아직까지 그가 만드는 콘텐츠가 이제 더는 먹히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없지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이야기거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수없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쓸데없이 자극적인 소재와 형편 없는 문장,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에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근래의 문화소비의 행태(특히 이런 종합 엔테테이먼트 계열)가 작품의 구성이나 완성도보다는 개성 있는 캐릭터와 감각적인 연출, 주목을 끄는 콘텐츠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스 키노코가 글쟁이로서 오래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제 2의 페이트와 나스 키노코는 언제 어디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Commented by 치이링 at 2007/05/20 19:50
neo//그 아마추어리즘이 믿을구석.

카카루//성공했으니 장땡.

ichor//예. 공감합니다. 많은것이 담겨있어 여러가지 응용이 가능하지만, 작품적인 완성도에 있어서는 처절한 감이 있지요. 사실, 이 업계의 성공자들은 다들 그래 왔습니다. 뭐, 마치 유행가수처럼 말이지요.
아직 많은 발전이 필요한 업계지만, 이 업계는 발전보다는 유지보수에 좀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좀더 견고한 업계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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