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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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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캐러비안의 해적3


굉장히 묘한 구성이더군요. 평이 엇갈릴수밖에 없겠습니다. 모든것이 완성된 헐리우드 영화이면서도, 아무것도 완결지은것이 없는 영화랄까요. 아마, 작가의 머릿속에서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을 테지만, 그것을 접할 기회가 없을 다수의 관객들은 이해할수 없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부적으로 많은 소재와 이야깃거리들로 구성된 영화이지만, 전체적으로 보여주는데만 치중해버린 나머지 영화가 하고저 했던게 뭔지 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를 잃었달까요. 곰곰히 생각해조면 볼거리뿐만이 아닌 들을거리, 찾을거리, 한번 곱씹어볼 거리도 많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궂이 그런걸 등장시킬 꺼리를 찾지 못하겠더군요.
또한, 저의 경우와는 달리, 대다수의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궂이 그런 부분을 찾으려고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을 테지요. 왜 이런 목적성이 뚜렷치 않은 노력들만이 계속 이렇게 이어지는걸까? 의도는 이해되지만, 왜 저런 소재가 여기서 튀어나오는걸까? 작가 나름대로의 무언가의 오마쥬가 담긴건가? 뭐 그런 의구심이 계속 들었지만, 찾는게 왠지 바보같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전 이런 구성의 물건들에 꽤 익숙한 편입니다. 완성도가 어떻던간에 이루만이 알수있는 소재와 공감대를 적절히 배치해놓고, '이게 왜 등장하는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래서 좋은겁니다!'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류의 인간이죠.
그렇기에 저로선, 이건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대다수의 관객 위주가 아닌, 일종의 매니아를 위한 블록버스터? 뭐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보기엔 매니아에 대한 배려가 배치되어 있지 않은 영화입니다. 뭔가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그것이 뽐낼 기회로 연결되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매니아로서는 외면할 작품입니다. 앞서 바보같이 느껴졌다는게 그런 의미죠.
무언가 있을텐데, 저로서는 잡히는 부분이 없군요. 설마, 작가가 자기 뇌속에서만 코미케를 여는건 아닐테고 말입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호평인 듯 하더군요. 굉장히 난해, 말 그대로 해석하기 참 복잡미묘한 작품인데도, 조니 뎁과 매력적인 해적 친구들의 정신없고 볼거리 가득한 모험만으로도 꽤 먹혔던것 같습니다.
최소한, 단지 난해할 뿐인 이 작품이 완성도의 진정성 논쟁으로 회자되지 않은것은 다행이랄까요. 보통이었다면, 이 작품이 풍기는 난해한 분위기가 부정적 이미지를 낳고, 그것이 블록버스터 특유의 저질 인식과 결합되 무턱대고 저질로 매도되었을테죠. 실제 영화적 완성도가 어떤가 하는 학문적 논증은 둘째치고 말이죠. 이 네거티브 이미지 방정식만큼 무서운게 없고, 또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을 순식간에 단일 사상의 파시스트로 만드는 필살기이기도 한데, 아직까진 그런 시도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군요.
사회 전반적으로 블록버스터에게 바라는 작품적 기대치가 많이 낮아진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일반 대중에게 이 캐리비안의 해적이란 작품이 그만큼 호감으로 작용하는 것인지...궁금합니다.
(어쩌면, 지적 허영이 느껴지지 않는 천진난만함이 가득한 작품이었기에, 관람자들에게 난해함조차 가볍게 다가간 것은 아닐련지...)

하지만, 별점은 낮더군요. 욕하지 않을 지언정, 이해가 잘 안가는건 어쩔수 없는 거니깐요. 모른다고 욕질부터 시작하는 수준은 벗어낫다는게 다행입니다. 무턱대고 문화적 진보라고 단정지을수는 없지만요.



헌데, 이런 외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저로서는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호평파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의 세부적인 부분에서 충분한 재미를 얻어내었으니깐요.

미국의 캐러비안 옹호 평론파들이 해적 스토리적 해적의 고증이나 판타지로서의 완성도, 또 매력적인 캐릭터나 작품 곳곳에 베어있는 유머러스에 찬사를 보내는 것과 같이, 저 또한 저 나름대로의 대중화 할수 없는 - 즉 강요하거나 동의를 구할수 없는 - 재미를 느낄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바로, 게임이나 장르소설에서나 느낄수 있는 재미를 이 작품에서도 느꼈거든요. 중세 배경의 판타지의 방법론을 그대로 적용한, 해적시대의 판타지적 고증은 하이브리드 판타지가 오히려 주종목인 이쪽으로서는 굉장히 즐거울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런 하이브리드 판타지의 기본적 재미를 이해하고 있는 작가가 만들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다만, 그런 매니악한 방향성이 없었다는게 일반적인 동류작품들과 다른 느낌이었달까요. 프리퀄 스타워즈만 봐도 그런 감수성이 강한데 말이죠.

그것 뿐만이 아닌, 조건에, 조건에, 조건에, 조건만으로 이루워진 작품의 방향또한 저로서는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앞서 말했던 문제가 바로 이 조건열거식 진행때문에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작품에는 수많은 조건이 등장하지만, 특별히 부각되는건 스토리에 영향을 끼지는 몇가지 뿐, 나머지는 왜 등장하는지 이해가 안가는 것들 투성이죠.

사오펭의 삼촌의 사원에 잠입해야 지도를 구할수 있다던지, 데비 존스의 저승으로 가야만 잭 스패로우를 구할수 있다던지, 뭐, 해적 법전이라던지 해적 회의라던지도 의미를 알수 없는 조건들의 연합체입니다만, 갑작스런 여신의 대두나, 샤오펭이 엘리자베스를 향해 던진 의문 가득한 대사, 바르보사와 여신과의 관계, 데비 존스의 저승과 망자들, 그리고 그 망자들, 그리고 그 망자들과 여신, 그리고 더치맨 크루의 숙명같이 의미없이 던져진 '조건'들의 연속이었죠.
작중에서 동인도회사의 사령관 베켓이 언급한것 - "저 시체들을 따라가자. 헨델과 그래텔 같이" - 과 같이,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저는 줄곳 "저 조건들을 따라가자. 헨델과 그레텔 같이..."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즐기다보니, 문득, 이거 영화를 본다기보단, 다른것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테이블 게임 말입니다. "당신은 무인도에 갖혔습니다. 황금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같다는 기분이 문득 들더군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뭐, 저만의 뇌내보안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묘한 조건들이 마치 테이블 게임의 룰 같이 느껴져서 꽤 재밌게 즐겼습니다.
사실, 일정한 룰이 있고, 그 룰이 지시하는 퀘스트나 패널티에 따라 행동하고 움직이는 작중 주인공들의 행보는 바로 테이블 게임의 그것이죠. 사실, 전작에서도 그런 기미가 있었지만, 이번 캐리비안의 해적3에서는 그런 부분이 매우 노골적이었습니다.

이거, 디즈니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관련 테이블 게임이라도 제작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3편에 특히 여러가지 조건들을 많이 등장시켜서...룰북을 고객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아니, 잠깐 월트 디즈니? 이거 너무 맞아떨어지는데요? 가능성 부분 말이죠. 그 사원에서 발견한 퍼즐지도나,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오는 방법같은 조건덩어리들이나, 캐릭터 배치나, 세력 설정등등 세계관 부분을 생각해보니...

흠좀무네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그런게 나온다면 매우 매력적일수밖에 없을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튼, 이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질것 같으니 패스하고...또 다른 재미를 느낀건 이 작품의 시나리오였는데요. 저는 이 작품의 시나리오가 어떤 장르의 시나리오들과 되게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타지요? 다들 판타지를 지목하시는듯 했는데, 전 조금 틀렸습니다. 바로 SF였습니다.
그것도 정식 SF가 아닌 SF모험활극 계열의 물건. 어떤 강력한 함선이 우주를 누비며 여행하는 그런 느낌의 SF 판타지물 말이지요. 사실, 최강의 배라는 블랙펄의 존재 자체가 소위 우주연합같은데서 건조된 무적전함 비슷한 느낌이고, 그 배에 집착하는 잭이라던지, 강력한 포와 전투력을 갖춘 유령함 플라잉 더치맨의 존재라던지, 특히 해적의 존재가 SF판타지에 자주 묘사되는 우주해적의 느낌과 비슷해서 꽤 놀라웠습니다. 특히, 해적요새의 생김새가 마치 우주해적들의 해적본부 같이 얼기설기한 느낌이어서 강렬한 데자뷰적 이미지를 받았었고요. 해전 부분도, 고전적인 해전의 방식이라기보단 일종의 우주함대의 전투장면의 오마쥬에 가깝다는 기분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SF판타지에서 주로 다루워지는 백병전이나...개그 중심의 크루라던지...

진짜, 이거 끝이 없을 정도네요.

여튼, 이런 발견을 느낄수 있어서, 저로서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억지로 이런것들과 연결짓는 저같은 오타쿠가 아닌 다른 라이트한 관객분들은 대체 저걸보고 뭐가 재미있었을까...아직도 궁금할 따름입니다.
by 치이링 | 2007/06/04 18:59 | 취향입니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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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 at 2007/06/19 17:44
헐리우드가 계속 이런 영화만 만든다면 디워가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또다시;; 천만관객을 모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정말 캐리비안 2편이 괴물에 묻힌 게 안쓰러울 정도네요. 저는 그 때 같은주에 개봉한 아파트를 보고 재미있다 재미있다 했던 사람이라 뭐 할 말이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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